전략작물직불제 목표 99% 달성…늘어난 밀·콩 소비대책도 나와야

오은정 기자입력 2023. 12. 1. 05:00
전략작물직불제 1년, 성과와 과제는
이행면적 12만5000㏊ 집계
쌀 생산 7만t 감축 효과 거둬
밀·콩 등 재배 더 늘어날 전망
안정적 판로 못찾으면 ‘부작용’
농가 “지급단가 여전히 낮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전략작물직불제의 성적표가 나왔다. 당초 기대대로 전략작물직불제는 밥쌀용 벼 재배면적 감축에 톡톡한 기여를 했다. 자급률이 낮은 밀·콩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도 성공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벼 재배면적 감축과 식량자급률 증진을 위해 논에 벼 대신 가루쌀(분질미)·콩·조사료와 밀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농식품부는 올해 1121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밀·콩 재배면적 늘어…벼 재배면적도 상당 감축=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전략작물직불제 이행면적은 12만50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략작물직불 대상품목인 가루쌀·논콩·하계조사료와 밀·동계조사료를 심겠다고 신청한 농가들이 올해 논에서 이들 품목을 실제로 재배한 면적을 합친 것이다. 농식품부가 목표로 잡은 12만7000㏊의 99%를 달성했다.

품목별로 목표 대비 이행률을 살펴보면 가루쌀·논콩·동계조사료는 각각 102%·104%·110%를 기록하며 목표치를 넘어섰다. 하계조사료·밀의 이행률은 각각 76%·7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이행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의 재배면적·생산량 모두 전년 대비 큰 증가폭을 보였다.

올해 밀 재배면적은 1만1600㏊로 전년 8259㏊ 대비 4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생산량도 같은 기간 3만5000t에서 5만2000t으로 늘었다.

논콩의 경우 재배면적이 지난해 1만2590㏊에서 올해 1만8314㏊로 45% 증가했다. 생산량도 지난해 2만6000t에서 올해 3만7000t으로 늘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밥쌀용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논에 벼를 재배했다가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올해 벼 대신 가루쌀·논콩·조사료를 재배한 면적은 1만3400㏊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약 7만t의 쌀 생산 감축 효과를 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첫 시행한 전략작물직불제를 중심으로 벼 재배면적을 사전에 조절하지 않았다면 쌀 과잉생산에 따라 19만4000t 규모의 시장격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약 5413억원으로 추산되는 재정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 벼 재배면적 감축에만 초점…소비대책도 필요=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선제적인 벼 재배면적 감축’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식량작물의 자급률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제도는 ‘벼 재배면적 감축’에 치우쳐 설계됐다는 지적이 많다.

농가들은 그 이유로 ‘식량작물의 낮은 지급단가’를 꼽는다. 농식품부는 올해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기 전에도 ‘논활용(논 이모작)직불제’를 통해 논에서의 밀 재배를 장려했다. 하지만 밀은 논활용직불제와 전략작물직불제 모두 지급단가가 1㏊당 50만원으로 같다. 게다가 내년에 지급단가가 1㏊당 100만원 인상된 논콩과 달리 밀 지급단가는 내년에도 그대로다.

송동흠 우리밀세상을여는사람들 운영위원장은 “제도의 명칭은 ‘전략작물직불제’인데 자급률을 높여야 할 전략작물인 밀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밀만 심어도 소득이 충분히 보장되게끔 해야 농가들이 밀 재배를 확대할 텐데 지금 제도는 쌀 생산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콩 지급단가도 벼 재배와의 순수익 차이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콩 생산은 자가 노력 등 실제 지출로 잡히지 않는 비용이 벼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요구되는 활동”이라며 “과거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 시행 시 두류 지원금이 1㏊당 225만원(2020년 기준)이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산 밀·콩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 없이 생산 증대에만 힘을 쏟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에 힘입어 올해 밀·논콩 모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내년에도 정부 지원에 힘입어 올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에 발맞춘 국산 밀·콩의 새로운 소비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조영제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장은 “정부는 쌀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 대신 논콩 등 다른 작물을 심으라고 권하지만 다른 작물도 소비의 큰 변화 없이 생산량이 늘어나면 쌀과 똑같은 문제를 겪게 된다”며 “어떤 지원책을 펼쳐야 주요 소비처인 기업 등이 외국산보다 가격이 높은 국산콩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