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산밀 정책, 이젠 소비 기반 확대에 주력해야

관리자입력 2023. 11. 29. 05:00

밀은 쌀과 함께 인류의 주식이다. 미작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도 1인당 연간 36㎏(2022년 기준)의 밀가루를 먹어 곡물 소비량이 쌀(56.7㎏) 다음으로 많다. 우리의 경우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연간 밀 수요 260만t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밀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밀 자급률 제고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하지만 국산밀 자급률은 고작 1% 수준으로, 역대 정부마다 8∼10%의 목표를 잡아왔지만 모두 헛구호에 그쳤다. 말로만 ‘우리밀’을 외쳐온 꼴이다.

이런 가운데 다행히 2020년 2월 ‘밀산업 육성법’이 시행되고 그해 11월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이 나오며 밀 생산은 점차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배면적이 2020년 5200여㏊에서 올해 1만1600㏊로 확대됐고, 생산량도 1만7000t에서 5만7000t으로 늘었다. 생산 기준으로 따지면 드디어 자급률이 2%대로 올라섰다.

문제는 소비다. 수입밀과 국산밀이 여전히 3배 가까운 가격차를 보이면서 생산 증가가 식탁 기준 자급률로 이어지질 않고 있다. 육성법까지 만들었지만 워낙에 떨어지는 가격경쟁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 들어서 쌀 과잉 해소 차원에서 가루쌀 확대를 주요 농정 과제로 잡으며 국산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다분히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소비자들의 식생활 트렌드를 볼 때, 쌀 못지않게 식량안보에서 밀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국산밀 활성화가 회피해선 안될 당위라면 이젠 새로운 수요처 발굴 등 소비 기반 확대에 주력해야 할 때다. ‘밀산업 육성법’에도 ‘집단급식시설에 국산밀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 있는 만큼 정부는 학교·기업체 등에 적극 협조를 구하고, 국회는 그에 필요한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 ‘직불제로 농가소득을 보전해 국산밀 수매가를 낮추자’는 우리밀 단체들의 건의도 진지하게 검토해봄 직하다. 제과·제빵 업계 등 수요처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품질 경쟁력 강화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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