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작물공동경영체 우수사례 <5>청계농협/“손해 안보는 농사 짓자”…밀 농사로 성공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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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6호]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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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농협은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의 밀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 활력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농촌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다. 그만큼 농업 인력을 수급하기가 어렵다. ‘손’이 많이 가는 밭작물을 재배하는 곳이라면 그 심각성은 더하다. 양파와 마늘의 주산지인 전남 무안. 논보다 밭의 면적이 넓고, 기후도 온난해 밭작물 생산 여건이 양호한 지역인데, 인력난이 계속되면서 밭농사를 짓는 데 그동안 힘에 부쳐왔다. 이때 무안 청계 지역에 ‘밀’이 대체작목으로 등장했다. 기계화 영농이 가능하면서 농가 소득도 올릴 수 있는 품목이 밀이라는 판단에서다.

영농비 적게 드는데다 기계화로 고령농에도 적합
산성화된 땅 복원·밭작물 연작피해 줄일 수 있어
계약재배물량 수매…100% 우리밀농협으로 출고


그 중심에는 청계농협의 정도식 조합장이 있었다. 당시 정 조합장은 조합원으로서 한창 농사를 지을 때였다. 50여 년간 관행농사를 지어오면서 땅이 산성화되고, 이 때문에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다. 더구나 인력이 모자라 인건비는 나날이 치솟았고, 결국 소득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손해 안 보는 농사를 짓자’는 생각 끝에 나온 게 밀이었다.

밀을 처음 심었을 때 주변에서는 탐탁지 않았다고 정 조합장은 회상했다. 그러나 정 조합장은 “당시 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영농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 밀을 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다. 밀농사는 밭에서도 대부분 기계화할 수 있어 고령 농업인들도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또한 밀농사를 통해 산성화된 땅을 복원할 수 있다는 점, 식량작물의 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 밭작물 연작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 등 부수적인 효과도 고려됐다. 이 같은 확신을 갖고 정 조합장은 3년 전부터 농가들에 적극적으로 권장했고, 조합장이 된 이후에도 밀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다. 현재는 1000여 톤까지 밀생산량이 늘어난 상황이다.

▲청계농협, 우리밀농협과 함께하다=청계농협은 계약 재배한 물량 전량을 수매하고, 이 물량은 100% 우리밀농협으로 출고된다. 우리밀농협과의 업무협약에 따른 시스템이다.

청계농협은 ‘완전 계약 재배 실현’을 목표로 역량 강화와 생산비 절감, 품질 향상, 거버넌스 구축을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의 추진 과제로 삼았다. 역량 강화를 위해 우선 산지 조직화 교육은 물론 컨설팅, 선진지 견학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승용파종기를 구입해 생산비를 줄이는 가운데 밀 전용 저장고 건축을 위한 실시 설계도 진행 중이다.

주산지협의체가 거버넌스의 일환인데, 정도식 조합장은 “지방자치단체와는 항상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주산지협의체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밀농협과의 연대도 공고히 할 생각이다. 두 농협의 연대 사업으로 계약 생산에 의한 수급 조절을 추진하고, 농가 소득 향상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정 조합장은 “지금은 우리밀농협에 의지하고 있는데, 향후 물량이 계속 늘어날 경우 농협에서도 가공 산업 등 6차산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도 세워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밀 생산 매뉴얼이나 품질 표준화가 미흡하고, 고품질 산업화를 위한 제반 여건이 부족하지만, 유통망을 다변화하면서 고품질 생산 기반도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며 “밀의 자동화 건조 시설이 설치되면 원물의 품질 조건도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돌아오는 농촌 만들기 프로젝트=청계농협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밀 산업을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이다.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이 그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게 정도식 조합장의 설명이다. 정 조합장은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을 한다고 해서 어느 기간 안에 어떤 효과를 보라고 인위적으로 정해서는 안 된다”며 “이 사업은 청계 지역의 밀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 활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밭작물공동경영체 육성 지원 사업을 발판 삼아 향후 청계 지역을 우리밀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꿈을 내놨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마음가짐만큼은 확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계농협이 수매해 우리밀농협에 제공하는 밀은 대부분 종자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품질이 우수하다는 방증이다.

‘메카’에 이어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청계 지역이 돌아오는 농촌으로서 활기를 띠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 조합장은 “지금은 떠나는 농촌이 됐다면, 앞으로는 떠났던 농민이 돌아오는 살기 좋은 농촌으로 만들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득이 받쳐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 조합장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고,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왜 고달픈 도시로 가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희망 있는 농업, 그래서 일하면 일한 만큼 소득이 보장되는 그런 환경을 차츰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끝>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